근래 들어 나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온라인 상에 표현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예컨대 나는 사과를 좋아한다는 나의 생각과 내가 페이스북에 '나는 사과를 좋아한다'고 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여전히 이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가는 과정에서도 '내 생각을 온라인 상에 표현하는 것이 다르다'라는 나의 생각과 '내 생각을 온라인 상에 표현하는 것이 다르다'를 표현한 이 글은 단순히 내 생각을 표현한다라고 하기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의도들이 숨어있기 때문에 구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왜 이것을 굳이 '내 문서'가 아닌 페이스북에 올리는가?"의 질문은 내가 온라인 상에 내 생각을 표현하는데 있어 타자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뚜렷히 알게 해준다. 나에게 페이스북 친구가 하나도 없다면, 나는 굳이 페이스북에 이 글을 쓰지 않을 것이며, 그럼에도 만약 페이스북에 글을 쓴다면 그것은 페이스북을 '내 문서'쯤으로 여기고 있을 경우에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의 생각을 온라인 상에 올리는 것은 그저 표현일 뿐이라고 할 수 없고, 소통이라고 해야 한다. 내 문서에 글을 저장하지 않고, 페이스북에 올려놓고는 타인의 반응을 무시하는 것은 스스로 모순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설득하기 위해 표현한 것이며, 공감해주길 원해 표현한 것이며, 알리기 위해 표현한 것이며, 질타하기 위해 표현한 것이다. 페이스북 글은 타자을 전제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나는 내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뿐이라며 페이스북 상에 타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껄임'에 가까운 글을 써왔다. 상대방의 공격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가 상대방을 공격한 것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사랑받으려는 내 욕심이 채워지지 않아 남을 사랑하는 것을 포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이러한 자기방어적인 행동은 내 공격을 더욱 정당화하여 피해자들이 왜 상처받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는 온라인 상에 글을 올릴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식으로 다른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온라인 상에 올릴 것과 올리지 않을 것을 구분해야 하며, 온라인 상의 올릴 경우 표현법을 온순하게 바꾸어야 하며, 설득하기 위한 글은 간곡하게, 정보전달을 위한 글은 간단하고 명확하게 써야할 것 등을 대략적으로 인식했으며, 또 인식한 대로 행할 것을 스스로에게 요구한다. 또 이 글의 의도에는 스스로의 깨달음 뿐이 아닌 내가 온라인 상에 보인 내 공격에 상처받은 타인에게 사과하기 위함이며, 내 글에 공감해주기 원함이며, 이 글의 의도치 않은 공격성을 질타해주기 원하는 마음으로 내 문서가 아닌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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