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가르침과 달라” 일갈
기득권층 죄 거론하는 대신
약자 ‘희생양’ 삼는 교회 비판
요즘 일부 언론에 동성애 반대 광고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동성애를 표현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방영한 ‘<에스비에스>(SBS) 시청거부운동 및 광고 안내기운동’에 나선 단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개신교 보수단체들이다. 기독시민운동연구소, 기독시민운동중앙협의회, 기독교세진회,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에스더기도운동, 인터콥, 의회선교연합, 한국교회언론회, 한국기독교신앙실천협의회, 한국세계선교협의회…. 기독교 보수단체들의 동성애 혐오 뿌리는 어디에 있는 걸까.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1가 안병무홀에서는 그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펼쳐졌다.
세계적 신학자인 미국 시카고신학대의 테드 제닝스 교수는 이날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해외석학초청 특별강연회에서 2시간에 걸쳐 ‘교회와 성’을 주제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그는 동성애 문제가 미국에서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1964년부터 성서의 관련 구절과 교계 문건을 연구해왔다.
그는 교회 내 동성애 혐오론자들은 성서를 조각조각 뜯어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증거하는 문구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서의 레위기 18장 22절과 20장 13절, 고린도전서 6장9절 등 동성애 혐오의 논거로 삼고 있는 단어와 문건을 비교하면서 동성애 혐오론자들이 성경을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따졌다. 예컨대 ‘소돔과 고모라’는 약한 이방인들을 대상으로 집단적 강간을 저지르려 한 소돔의 불의에 대한 경고였는데, 5세기 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이후 성서 본문이 의도적으로 왜곡돼 ‘사회의 약한 구성원들에 대한 폭행을 허가한 핑계’로 뒤바뀌고 말았다는 것이다.
제닝스 교수는 이런 왜곡의 이유를 ‘교회의 타락’ 때문으로 보았다. 성서를 상세히 살펴보면 ‘죄’는 ‘힘 있는 자들이 사용하는 오만과 폭력’임이 분명한데, 교회가 ‘힘 있는 사람들’과 한편이 되기로 마음먹으면서 ‘죄’가 성서와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는 것이다. 즉 교회는 특권층의 죄를 거론하는 대신 보통사람들의 ‘성’을 ‘죄악’의 대타로 등장시켰고, 가장 대표적으로 약자인 동성애자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특히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는 ‘결혼과 가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가정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가정 내 폭력을 언급하기도 어렵게 됐다고 한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 성폭력을 경험한 이들이 20%나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가정을 보호해야 한다는 구실로 침묵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제닝스 교수는 “자라면서 가정과 교회에서 ‘게이인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메시지를 듣는 수많은 게이 성향의 아이와 젊은이들이 극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택하고 있다”며 “이 고통은 자본주의나 군사독재 때문도 아니고 바로 교회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자 가운데 보수적인 장로교회에서 온 학생이 레즈비언이었는데, 학교 커리큘럼에 따라 유대교회당의 예배에 참여했다가 오히려 편견 없이 환영하는 것을 보고 유대교로 개종했다”며 “그 학생에겐 지금까지 자신이 듣던 것과는 반대로 기독교는 ‘율법의 종교’이고, 유대교는 ‘은혜의 종교’로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혐오론은 교회가 고통 받는 약자들을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게 아니라 상처를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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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4248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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