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 파업에 대하여 (2013.12.16)
철도 민영화 파업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에 앞서, 철도 민영화 파업이 불법인지 합법인지를 판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접근은 철도 민영화 사안의 적법성 판단으로부터 시작하여, 우리가 무엇에 분노하는지에 대한 것까지 이끌어줄 것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철도민영화 파업이 불법 파업인지 합법 파업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사안이라는 것과 또한 우리의 분노가 잘못된 것으로부터 시작된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철도 민영화 파업은 전면에 철도 민영화 반대를 내걸고, 절차상으로 합법 파업이기 위해 노조 요구안에 임금 인상안을 포함시킨 파업이다. 아니 이렇게 생각해야 조금이라도 우리가 지금 분노한 것이 정당화된다. 만약 철도노조의 진짜 목적이 임금 인상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분노는 정부가 아니라 개인의 생계만을 걱정하여 시민들을 기만한 철도노조에 있을 것이다. 철도 노조는 진짜 목적과 명목상의 목적을 구분하여 내세움으로써 매우 정치적인 태도로 파업을 개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파업의 본래 목적은 철도민영화 파업이라는,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판단하기에 매우 애매한 부분이 생겨버렸다.
개인적으로 임금 인상안을 명목상의 목적으로 내건 것이라면 근로자가 작업환경의 유지, 개선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집단적으로 시위행동을 함으로써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할 수 있는 권리(파업)를 잘못 사용한 불법 파업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철도 노조는 노동조합으로써 부적절하게 단체행동권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직위해제는 정당한 것이 되며, 우리가 정부에게 부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철도 노조원은 잘못이 없고, 정부는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철도노조가 시민의 위치에서 시위를 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철도 노조원으로써 파업을 시위의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파업(단체행동권)은 노동 조건의 유지, 개선을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는 노조의 무기이다. 노조원이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걱정한 것이라면, 그것은 노조원으로써 걱정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시민으로써 걱정한 것이기 때문에 노조의 이름으로 불복종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다. 노조원으로써 파업을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되고, 시민으로써 합법적으로 시위를 했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적법한가와는 다른 평행선 상에서 분노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만약 철도 노조원이 노조의 이름이 아닌 시민의 이름으로 업무 시간 이후에 합법적 시위를 하였는데, 직위해제를 당했다면 그 때서야 우리는 지금의 분노를 적법성과 함께 가져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여기까지 생각하기에 매우 힘들었지만, 노동조합원들이 나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마 파업 개시 단계에서 이것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간절히 기대한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파업을 했어야 하는가. 이에 대하여 나는 임금 인상안이 그들의 명목적인 목적이 아닌, 일차적이든 부차적이든 실질적인 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철도노조원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불쌍한 ‘노동자’가 아니다. 그들은 안정성이 보장된 직장에서 일하는 공기업 회사원이다. 대학 4년을 취업 준비 기간이라고 비꼬아 말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들은 우리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꿈의 직장에 이미 취업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은연중에 그들의 노동 조건 유지를 위해 일반인으로써의 시위가 아닌 노조원으로써의 파업을 개시한 것이라면, 우리의 분노는 오히려 다른 곳에 향해 있어야 할 것이며, 적어도 직위해제 결과 때문에 정부를 매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동되었다고 생각하며, 쉽지 않은 사안에 쉽게 분노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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