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 숲에 던져져
'마땅히 해야한다'는 용의 외침이
그렇게도 살떨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조소에 몸을 내주고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눈알을 뽑고, 입을 찢어,
병신을 자처하여 방황하던 시간으로 
계절이 바뀌었다.

울창한 나무들로 뒤덮여
낮인지 밤인지도 구별이 가지 않았던 때가 지나고,
새파란 하늘과 고향 땅을 더듬더듬 마주하니,
어느새 물푸레 냄새가 몸에 베어,
내 집 같던 헌책방에서 구린내가 나는 듯 하고,
지음(知音)이 불협화음을 내는 것이었다.

사라진 내 고향에선 
버젓이 솥밥 냄새가 나고,
탁주로 흥껏 젖은 춤사위가 흥겨운데,
난데없는 갓난아기 적 배앓이가 무엇이란 말인가.

아, 그러니까 나는 
숫제 솟구치던 외로움에
가는 곳마다 고향을 세워두고
허상뿐인 희망으로 연명하던
떠돌이였던 것이다.

마침내 구원은 온데간데 없이
어디서나 고향 냄새가 나고,
어디서나 악취가 난다.

필경 무간지옥을 떠돌게 된 것일게다.


정진형 - 악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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