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이 속에서 꿈틀대나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아 
곪아 터지도록 겉으로 죽어있어야 함에
분노한다.

내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 외려 죽는 것보다 못하다 할 것인데
어디에 목적이 있으며, 
동기가, 이유가, 가치가 어디 있겠는가.
꾸역꾸역 살아있음을 향해
죽음의 측은한 눈초리가 머문다.

살아있음이 관과 같은 몸뚱아리에서 터져 나와
이 땅, 죽어있는 표면에 흩뿌려질 때 
그 때서야 내 죽어도 살아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니

비장을 몸에 두르고 
배를 갈라 살기를 청한다.


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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