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영국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는 아프가니스탄 임무의 종료 후 후속조치, 나토의 능력 및 역량 강화,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정책 방향 등이 토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요 논의의 초점은 과거에 완료됐던 임무로 여겼던 회원국의 안전을 위한 ‘집단방위’를 어떻게 다시 확실하게 보장하느냐가 될 공산이 커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접경지역에 배치했던 병력을 일부 철수했지만 언제 다시 팽창주의적인 야욕을 보일지 모르는 상황이어서다.
1949년 4월 창립된 나토는 65년간 서유럽에서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이 야기할 수 있는 전쟁을 억제하고 회원국의 영토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구소련의 해체로 나토 창설의 전제가 됐던 냉전이 종식됨에 따라 군사기구로서 나토의 역할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나토는 시선을 전 세계 분쟁지역으로 돌렸고 분쟁지역 갈등 완화와 국제 안보 질서유지에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나토는 회원국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와 파트너 관계를 맺으며 영역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크림 합병과 유럽경제 악화로 나토는 야심 차게 추진해온 계획들을 수정해야 할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러시아의 야심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나토는 자칫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집단방위’에서 ‘스마트 방위’로=냉전 종식 후 나토는 서유럽에 국한됐던 집단방위에서 국제분쟁에 적극 대응하는 ‘위기관리’와 ‘협력적 안보’에 주력했다. 1995년 나토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태 시 처음으로 평화유지 작전에 나토군을 파견한 이후 1999년 코소보에서 대량학살 방지를 위해 공습을 실시한 뒤 평화유지군을 대거 파견했다. 나토의 전통적인 방어지역인 서유럽을 벗어나 본격적인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한 것이다. 2001년에는 마케도니아의 요청에 따라 무장파벌의 해체 과정을 지원하기도 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하자 나토는 동부 지중해 지역에 군함을 보내 테러리스트들의 이동을 차단하는 작전에 참여했다. 지중해 지역 해양 감시활동은 현재도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2003년 8월 아프가니스탄전이 일어난 뒤에는 아프가니스탄 재건 임무를 주도해 왔으며 2011년에는 리비아 사태에도 개입했고, 현재는 리비아군의 재건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하에 유럽-대서양 재난구호협조센터(EADRCC)를 창설하고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재난재해에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졸트 라바이 공공외교국 파트너국 담당 부조정관은 “나토는 현재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국경을 넘어선 테러리스트들의 활동 차단과 사이버테러 방지, 해양안보를 위한 해양감시정찰활동, 기후변화 대응 공동 전략 수립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는 안보 비용과 협력을 나누는 ‘스마트 방위’를 추진하고 있다. 개별 국가들이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여러 나라가 협력하면 추진할 수 있는 22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그중 하나가 군용물품의 공동 조달로 예를 들면 회원국이 사용하는 다양한 군용기의 인허가 절차를 단일화해 조달비용도 줄이고 상호 운용성도 높이는 전략이다.
◇신냉전에 대비해야 하는 나토=제이미 시어 신안보협력실 사무부총장은 “크림 사태가 신냉전의 시작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회의에서 나토는 구소련연방에 소속됐던 동유럽 국가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이들 지역에 대한 군사력을 대폭 지원키로 했다. 또 발트해 연안국가에 군사기지를 세우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냉전 이후 축소했던 본부 인원도 늘리고 전력도 보강키로 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등이 탱크 수를 300대 이하로 줄이고 군함을 폐기하는 등 상당수 전력을 감축한 상황이라 당장 나토가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은 충분하지 않다. 미군 역시 대부분의 전력을 서유럽에서 철수한 상황이라 재동원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아네르스 포스 라스무센 사무총장의 뒤를 이을 새 사무총장인 전 노르웨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55)의 첫 임무는 나토군의 전력 증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집단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회원국들의 국방예산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회원국의 국방예산 삭감은 곧 나토의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크림 사태로 국방 분야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는 하나 경제 사정이 호전되지 않는 한 국방예산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결국 미국의 지원에 다시 의존해야 하는 형국이 됐지만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크림 합병 사태를 계기로 흑해에 군함을 파견하는 등 미국이 서유럽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아시아·태평양에 중점을 둔 정책을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브뤼셀(벨기에)=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1949년 4월 창립된 나토는 65년간 서유럽에서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이 야기할 수 있는 전쟁을 억제하고 회원국의 영토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구소련의 해체로 나토 창설의 전제가 됐던 냉전이 종식됨에 따라 군사기구로서 나토의 역할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나토는 시선을 전 세계 분쟁지역으로 돌렸고 분쟁지역 갈등 완화와 국제 안보 질서유지에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나토는 회원국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와 파트너 관계를 맺으며 영역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크림 합병과 유럽경제 악화로 나토는 야심 차게 추진해온 계획들을 수정해야 할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러시아의 야심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나토는 자칫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집단방위’에서 ‘스마트 방위’로=냉전 종식 후 나토는 서유럽에 국한됐던 집단방위에서 국제분쟁에 적극 대응하는 ‘위기관리’와 ‘협력적 안보’에 주력했다. 1995년 나토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태 시 처음으로 평화유지 작전에 나토군을 파견한 이후 1999년 코소보에서 대량학살 방지를 위해 공습을 실시한 뒤 평화유지군을 대거 파견했다. 나토의 전통적인 방어지역인 서유럽을 벗어나 본격적인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한 것이다. 2001년에는 마케도니아의 요청에 따라 무장파벌의 해체 과정을 지원하기도 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하자 나토는 동부 지중해 지역에 군함을 보내 테러리스트들의 이동을 차단하는 작전에 참여했다. 지중해 지역 해양 감시활동은 현재도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2003년 8월 아프가니스탄전이 일어난 뒤에는 아프가니스탄 재건 임무를 주도해 왔으며 2011년에는 리비아 사태에도 개입했고, 현재는 리비아군의 재건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하에 유럽-대서양 재난구호협조센터(EADRCC)를 창설하고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재난재해에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졸트 라바이 공공외교국 파트너국 담당 부조정관은 “나토는 현재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국경을 넘어선 테러리스트들의 활동 차단과 사이버테러 방지, 해양안보를 위한 해양감시정찰활동, 기후변화 대응 공동 전략 수립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는 안보 비용과 협력을 나누는 ‘스마트 방위’를 추진하고 있다. 개별 국가들이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여러 나라가 협력하면 추진할 수 있는 22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그중 하나가 군용물품의 공동 조달로 예를 들면 회원국이 사용하는 다양한 군용기의 인허가 절차를 단일화해 조달비용도 줄이고 상호 운용성도 높이는 전략이다.
◇신냉전에 대비해야 하는 나토=제이미 시어 신안보협력실 사무부총장은 “크림 사태가 신냉전의 시작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회의에서 나토는 구소련연방에 소속됐던 동유럽 국가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이들 지역에 대한 군사력을 대폭 지원키로 했다. 또 발트해 연안국가에 군사기지를 세우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냉전 이후 축소했던 본부 인원도 늘리고 전력도 보강키로 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등이 탱크 수를 300대 이하로 줄이고 군함을 폐기하는 등 상당수 전력을 감축한 상황이라 당장 나토가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은 충분하지 않다. 미군 역시 대부분의 전력을 서유럽에서 철수한 상황이라 재동원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아네르스 포스 라스무센 사무총장의 뒤를 이을 새 사무총장인 전 노르웨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55)의 첫 임무는 나토군의 전력 증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집단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회원국들의 국방예산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회원국의 국방예산 삭감은 곧 나토의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크림 사태로 국방 분야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는 하나 경제 사정이 호전되지 않는 한 국방예산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결국 미국의 지원에 다시 의존해야 하는 형국이 됐지만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크림 합병 사태를 계기로 흑해에 군함을 파견하는 등 미국이 서유럽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아시아·태평양에 중점을 둔 정책을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브뤼셀(벨기에)=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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