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글방
설명과 묘사(2)
타이니눈
2016. 2. 7. 05:37
현대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효율성과 합리성은 인간에게 이미 절단 폭력과 해부 폭력을 정당화하는 사회 구조를 보여준다. 이로부터 현대인들에게 이 세상이 정없고 삭막하다는 한탄은 눈부신 경제 발전과 과학기술 문명과 더불어 뜨거움을 결여하고 있는 인간의 향수를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결여는 여가의 영역에서 간신히 충족되고 있고, 자투리의 영역에서 고민되고 있으며, 삶의 주요한 부분으로는 영원히 인정되지 않음으로써 뜨거움은 차가움을 물리치지 못하고 불을 지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즉 영화, 드라마, 음악, 시, 소설 등은 효율성을 충족하지 못한 구구절절함의 산물들이며, 합리성을 충족하지 못한 어쩌구저쩌구의 산물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과 시간에 결여가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는 통제 아래서 여가 시간에는 되도록이면 소비하도록 장려되는 것들로서 근근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생생한 것들은 남은 시간으로 밀리고, 죽은 것들은 하루의 가장 중요한 시간에 다뤄진다. 이로써 현대인들은 스스로 죽은 자들이라 이름 붙이며, 살아 있을 것을 영원히 바라면서도 반대로 영원히 죽어있을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죽어있는 것들로만 이루어진 이 세상이 마치 성대한 장례식마냥 죽음을 비꼬듯 화려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