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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타이니눈
2016. 2. 6. 14:44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고 다시 보고 싶었던 피에로 메시나 감독의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이 개봉했다. 그 때 영화 속 각 인물들을 지나치게 상징적으로 생각하여 감독이 의도한 세밀한 감정선들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 볼 때는 감정 흐름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그리고 영원한 내사랑 비노쉬.
첫 시작에서 카메라의 시선이 발들에 머무는 것. 검은 옷을 입고 기도를 하며 서있는 안나의 발과 오랜만에 주세페를 볼 생각에 들뜬 공항에서의 잔의 발걸음의 대비.
(여자친구의 방문과 머무는 시간 동안에 비노쉬는 아들이 곧 올거라는, 아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아들이 마치 집에 '아직' 오지 않은 것이라고 믿게 만들어준다.)
엄마의 아들을 향한 사랑
- 부모의 사랑을 특수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사랑으로 그린다는 점. 크고 놀라운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설명하기 힘든 감정으로 표현한 덕분에 여러가지 감정들이 뒤섞여 안나의 아들을 향한 사랑이 현실감있게 다가오게 만들었다는 점
- 안나가 남편의 외도와 그에 대해 질투를 느끼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어릴적엔 있었던 질투를 얘기하고,질투란 그 사람을 원한다는 말이라고 하는 장면
- 바로 이어지는 빨간 드레스의 잔과 집을 방문한 남자가 춤추는 장면에서 아들의 여자친구에 대한 질투를 느끼는 안나.
-잔이 방문한 날 샤워하고 나온 잔을 훔쳐보는 안나의 눈빛
-전체적으로 흐르는 안나의 절제된듯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긴장감있는 감정 표현
물이라는 상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호수, 잔의 꿈에 등장하는 물, 안나의 욕조 속 아들 환상
잔에게 거짓 이별을 고하는 안나
-아마도 아들이 죽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또는 자신이 아들의 죽음을 알고 나서 느끼는 것으로부터 잔을 보호
잔이 주세페의 핸드폰을 보고, 어머니의 음성 메세지를 듣는 씬과 겹치며, 폭발적인 음악과 함께 부활절 행사 현장에서 비노쉬가 아들을 찾는 씬에서 드러나는 감정
안나 옆을 지나가며 안나와 하나씩 눈을 마주치는 가면쓴 부활절 행사 참여자
(행사 참여자는 바로 사도들이었다. 장례 행렬에서 예수의 죽음을 인정하고 슬픔에 잠긴 사도들의 눈들을 하나하나 바라봄으로써 비노쉬 스스로도 죽음을 마주하고 인정하게 된 것이다. )
풍선을 껴안고 바람을 빼면서 그 바람을 얼굴에 불게하는 비노쉬의 연기 장면
(슬퍼. 이 슬픔이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어. 하지만 풍선을 있는 힘껏 쥐어짜도 풍선은 그 만큼 더 빨리 바람이 빠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풍선이라는 슬픔의 크기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슬픔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는 있는 힘껏 껴안은 풍선을 놓고, 서서히 바람이 빠지길 기다리는 것.) 그러나 상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풍선을 껴안은 안나의 실제 감정선과 함께 보인다는 것이 인상적. 상징적이지도, 상징적이지 않지도 않은 흐름과 적절한 장면.
마지막 장면에서 잔의 분노에 찬 잠깐의 눈빛. 그리고 집이 텅 비겠구나라고 말하는 안나에게 가 안기며 눈물을 보이는 잔. 사랑하는 이를 보낸 둘의 감정이 겹치는 부분.
- 왜 안나는 계속해서 문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가?
- 텅빈 집을 마주하는 안나.
-또는 아들을 여전히 보낼 수 없어 기다리는 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