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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밤

타이니눈 2015. 10. 21. 10:21

불행한 밤이다.

야생은 이토록 살벌하구나.
어느 것 하나 기대할 수 없는 본능의 고독.
만인을 뒤로하고 기대한 구석탱이의 안전함도
무능력으로부터 허상이 되어버리는구나.

다시 어디에 나를 놓아야 하는가.
그토록 행복했던 나의 위치를 가늠할 길이 없다.
기대는 또 다시 절망을 불러온다는 것을
부정할 만한 것이 나에게는 없는 것이다.

야생은 이성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제 앞길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으로
너의 고통을 나의 기쁨으로 바꿔
유희로 쓰면 그만일 뿐이다.

결국 기대는 또 다시 야생에 놓여진다.
생존은 나에게 고독한 것이니
기대 또한 이기적인 것일 뿐
어느 것 하나 아름답다 할 것은
없다.

기대는 스스로를 악마로 만드는 것이니
환상이 현실을 거꾸로 악하다 할 것이며,
희망이 절망을 지옥이라 할 것이다.

행복은 우연한 것
지속되길 바랄수록 
기대하는 것은 악마가 되고,
파멸을 필연으로 이끌 뿐이다.

깨어도 죽은 듯이 
한계의 끝자락으로 밀어넣어
홀로 외로이 연명할 수 밖에 없음을
그저 알 뿐이다.


정진형